버들다리(전태일다리)

10코스 역사의 길
종로라는 역사책, 마지막 페이지의 이야기

(안내) 역사작가 박광일
(배역) 박광일(역사작가)

전태일 다리에 도착하셨나요? 여러분이 서 계신 다리의 원래 이름은 버들다리였습니다. 이 이름도 참 예쁩니다. 그런데 다리가 있는 곳이 도로였던 시절에는 전태일 열사가 바쁘게 다녔던 곳이고, 다리 근처가 바로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장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다리 이름을 전태일 다리로 바꾸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2010년, 서울시의회 결의와 지명위원회 심사를 거쳐 전태일 다리로 이름이 바뀐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괄호 안에 원래 이름인 버들다리도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리 바닥에는 3천여 개의 추모 동판이 있습니다. 청계천 옆으로 난 인도에 박혀있는 동판이 보이시죠?

전태일 열사는 우리나라의 노동 환경을 10년, 또는 20년 앞당긴 인물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일하던 시절, 196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하루 15시간, 16시간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특히 미싱사나 재단사로 일을 할 때 날리는 실 먼지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기 일쑤였는데요, 병이 나면 공장이나 회사는 치료를 해주기는커녕 해고를 했습니다.

그런데요, 이런 노동 환경은 명백한 불법이었습니다. 〈근로기준법〉에서 장시간 노동을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근로기준법을 본 전태일 열사는 이를 지키기만 하면 더 나은 노동 환경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해당 관청에 근로감독관 파견을 요청하기도 했고, 〈바보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근로기준법을 지키기 위한 활동도 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실망한 전태일 열사는 1970년 11월 13일, 법전 조문에 존재할 뿐 실제로는 아무 의미도 없는 〈근로기준법〉의 화형식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그날이 되었을 때 갑자기,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이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너무나 당연한 내용이고 지키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였지만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온몸에 화상을 입은 전태일 열사는 8시간 뒤 ‘배고프다’는 마지막 말 한마디를 남기고 운명했습니다. 그때부터는 살아남은 자의 몫이었습니다. 동료, 그리고 어머니 이소선 선생은 다시 정부와 협상을 벌였는데요, 그 내용을 보면 일요일 휴가, 8시간 노동, 건강 검진을 실시할 것, 이중 다락방 철폐, 노조 결성 지원 등의 요구였습니다. 약 한 달간의 시위와 협상을 통해 이 조건이 관철되었으니까, 우리나라 노동 운동에 있어서 큰 진전이 있었던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태일 열사, 그리고 많은 사람의 노력 덕분에 근로기준법은 현실에서 조금씩 살아났고, 그 덕분에 지금 우리는 8시간 노동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요, 조금 더 나은 노동 환경을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우리가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라고 여기는 것들이 사실은 많은 사람의 피땀 어린 노력과 희생의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남겨야 할까요? 전태일 열사의 동상이 있는 이 다리 위에서 잠시 생각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조영래 변호사는 이름을 숨긴 채 〈전태일 평전〉을 써서 자신의 의무를 다하려고 했습니다. 이처럼 거창한 일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 이제 다음 장소로 가겠습니다. 다시 청계천 산책로로 내려가서 가던 방향으로 조금 더 가시면 됩니다. 그러면 약간 규모가 있는 다리인 마전교가 나옵니다. 그 마전교 아래를 지나면 다시 청계천 옆 도로로 나갈 수 있는데요, 바로 다음 목적지인 광장시장 앞입니다. 그곳에서 다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등록기관 : 종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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