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코스 역사의 길
종로라는 역사책, 마지막 페이지의 이야기

(안내) 역사작가 박광일
(배역) 박광일(역사작가)

자, 이번에 살펴볼 곳은 광장시장입니다. 무언가 고소한, 혹은 맛있는 냄새가 난다면 제대로 찾아오신 겁니다. 차도를 건너가면 바로 광장시장입니다.
아, 차도를 건널 때, 차가 많이 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조심하시고요. 먼저 편안한 장소에서 간단하게 제 이야기를 듣고 시장 구경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내국인 외국인 가리지 않고 많이 찾는 시장이 광장시장인데요, 아무래도 맛있는 음식이며 또 맵시 있는 한복이나 장식품, 혹은 재미있는 구제 물건을 사러 오는 분이 많아서일 것 같습니다.

현재의 도심을 대표하는 광장시장은 내력이 깊은 역사를 품은 시장입니다. 첫 시작은 1905년이었고, 어떤 의미에서는 정식 허가를 받고 처음 서울에 생긴 시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광장시장이 생기기 전에도 이 근처에 배오개 시장이 있었습니다. 배나무가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요, 숭례문 밖 칠패시장과 더불어 한양의 대표적인 시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상설시장으로는 광장시장이 처음입니다.

당시 상설시장으로 광장시장을 만들게 된 배경은, 숭례문 쪽에 있던 일본 상인들이 종로까지 세력을 넓히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이 지역의 상인과 자본가가 힘을 합쳤던 거지요.


종로의 근대 역사 전통하고도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광장주식회사란 이름으로 시장을 운영했습니다. 그 가운데 박승직이란 거상도 있었습니다. 박승직은 나중에 두산그룹의 모태가 되는 박승직상점을 창업한 인물이기도 하니, 광장시장은 대기업을 길러낸 시장이이기도 합니다.

아, 물론 살짝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광장주식회사는 지금의 광장시장을 운영했는데요, 동대문시장도 같이 운영을 해서 두 시장을 서로 포함하는 의미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광장시장이 동대문시장이고 동대문시장이 광장시장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동대문시장이 동대문종합시장으로 발전하면서 이 두 개의 시장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지금처럼 된 것입니다.

그런데 광장시장이라고 하니 어디 넓은 터가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시장이 있는 곳이 제법 넓어서 여기에 광장이 있었나, 이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답사를 다니다 보면 가끔 함정 아닌 함정에 빠지게 되는데요, 처음 시장을 만들려고 했던 사람들은 광통교와 장교 사이에 시장을 만들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삼일빌딩 근처인데요, 그래서 광통교의 광, 장교의 장을 따서 광장시장이란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하하. 우리가 익히 아는 광장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름인 겁니다.

하지만 나중에 시장을 세운 곳의 위치가 많이 달라졌으니, 한자를 바꿔 ‘널리 모아 간직한다’는 의미의 한자를 써서 ‘광장’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곰탕에 곰이 없는 것처럼 광장시장에도 광장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광장 빼고 다 있는 곳이 광장시장입니다. 무엇보다 맛있는 음식을 파는 가게가 많습니다. 칼국수, 김밥, 녹두전, 호떡, 육회가 유명하다고 하지만, 그밖에도 맛있는 것이 정말 많습니다. 저도 가끔 들르는데요, 광장시장 구경은 물건을 사는 것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드시는 것이 정규 코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 여러분이 광장시장을 즐길 수 있도록 자유 시간을 드리기 전에 다음 장소를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은 세운상가입니다. 다시 청계천 산책로로 내려가셔서 역시 저희가 가던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면 청계천 위로 청계상가, 세운상가가 보이실 겁니다. 그곳에서 다시 청계천 옆 도로로 나오시면 됩니다.

오늘 우리는 종로모던길 10코스, 역사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광장시장 즐기기에 흠뻑 빠져서 다음 일정을 잊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그럼 세운상가와 청계상가 사이의 아담한 광장에서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