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즉위 40년 기념비전

10코스 역사의 길
종로라는 역사책, 마지막 페이지의 이야기

(안내) 역사작가 박광일
(배역) 박광일(역사작가)

찾아오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길이 어렵지는 않으셨을 것입니다. 대신 청계천 산책로를 걸을 때와 달리 도심의 인파 때문에 복잡함을 느끼셨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게 서울의 모습일까요?

여러분 앞에 있는 기념비전은 고종이 왕위에 오른 지 40년을 기념하는 기념비와 이를 보호하기 위한 건물입니다. 보통 이런 건물은 ‘비각’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비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왕, 황제와 관련된 곳이기 때문입니다. 비각보다 조금 더 격을 높였다고 보면 될 것 같은데요, 궁궐의 왕이 머무는 근정전이나 중화전에 나오는 ‘전’이란 글자와 서로 통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기념비를 세운 것은 1902년입니다. 맞습니다. 대한제국 시절입니다. 그리고 시기로 보아 대한제국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선 때인 것 같습니다.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한 뒤 4~5년이 흘렀으니까요. 실제로 고종, 이 시기에는 광무황제로 불렀죠. 고종은 즉위 40년을 맞아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유행한 콜레라, 그리고 흉년으로 인해 대부분의 행사를 취소하게 되었습니다. 황태자마저 콜레라에 걸릴 정도였으니까요.

이러한 시기였으니 살기 어려운 백성들 가운데 일부는 이민, 혹은 그 정도는 아니어도 외국으로 가 일자리를 찾고자 했습니다. 물론 이런 현상은 1860년대 이후 만주와 연해주에서 이미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주와 연해주는 압록강, 두만강만 건너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멀리 간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1902년의 이민, 혹은 일자리로 등장한 곳은 그 목적지가 하와이였습니다. 그러므로 그 먼 하와이로 떠난다는 것은 우리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그런 일이 일어난 배경에는 하와이의 사정도 있었습니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주들이 일본인 노동자를 대체할 새로운 노동자를 찾으면서 한국인에게 눈을 돌렸던 겁니다. 하와이 농장주는 당시 미국 공사인 알렌에게 주선을 요청했고 알렌의 요청에 따라 대한제국은 이민을 담당할 관청을 세웠습니다. 바로 민영환을 총재로 둔 유민원인데요, 유민원은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관청’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당시 하와이 이민 소개에 과장광고가 있었습니다. 하와이에는 추운 겨울이 없어 1년 내내 일할 수 있어서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한 의식주와 의료비를 농장주가 지원한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이역만리 하와이로 떠나려는 사람이 없자 미국에서 온 선교사들이 나섰습니다. 인천의 한 교회를 중심으로 이민자들을 모집했는데요, 이렇게 해서 1902년 12월 22일, 121명을 태운 일본 배가 고베로 떠났고 여기서 신체검사를 통과한 102명이 다시 갤릭호를 타고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했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건강 문제로 86명만 상륙할 수 있었습니다.

현지에서는 광고와 다른 생활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루 10시간 정도 노동을 해야 했으며 임금은 50~80센트였는데, 돈을 모으기는커녕 겨우겨우 생활이 가능한 정도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하와이 이민은 계속되어서 1905년, 통감부의 압박으로 이민을 금지할 때까지 7,200여 명이 하와이로 떠났습니다.

하와이 이민은 우리 역사를 보는 시선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모름지기 한국인이라면, 한국 역사라면 한반도 안에서 살며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요, 도산 안창호 선생 같은 분을, 주로 외국에서 살며 일을 했다고 해서, 한국사의 중요한 인물에서 뺄 수는 없습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얘기죠. 그런 점에서 이제 한국사의 영역이 되는 공간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이와 반대로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도 늘어났으니 한국사에서 다룰 대상 역시 넓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더 넓어진 한국사, 뭔가 현대의 분위기와 가까워지는 듯합니다.

자, 이제 마지막 장소로 가겠습니다. 종로모던길 10코스, 역사의 길의 마지막 일정이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전체 종로모던길의 마지막 일정이기도 합니다. 바로 광화문 광장입니다. 기념비전에서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면 됩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 그리고 세종대왕 동상을 지나 북쪽으로 광화문이 보이는 곳으로 가시면 됩니다. 그곳에서 다시 말씀을 이어겠습니다.

@등록기관 : 종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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