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코스 인생의 길
위대한 일상을 살아냈던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

(안내) 배우 강애심
(배역) 노태영(봉제사,의류사업가)

이곳은 백남준이 1937년부터 1950년까지 살았던 집이 있었던 곳이에요. 그 자리에 백남준의 삶과 예술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곳으로 2017년 오래된 한옥을 새롭게 꾸며서 ‘백남준 기념관’을 만들었어요.

백남준은 매우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할아버지 때는 포목상을 해서 집안이 부유했고 아버지는 방직회사를 운영했는데요, 백남준의 집은 ‘큰대문집’ 이라 부르는 3,000여 평에 이르는 대저택이었어요.

부유한 가정환경 덕분에 백남준은 어렸을 때부터 서양의 음악과 미술을 배울 수 있었고요, 이를 통해 예술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1950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학을 전공했어요. 그리고 다시 독일로 건너가 철학과 음악을 공부하며 예술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죠.

1964년 뉴욕으로 건너간 백남준은 본격적인 예술가로 활동하며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단순한 음악, 미술이 아닌 혁신적이고도 새로운 방식의 예술이었죠. 시대의 메시지를 담아 무대에서 바이올린을 부수기도 하고 넥타이를 자르기도 하는 행위 예술이었어요.

백남준은 처음부터 뛰어난 예술가로 인정받았던 것은 아니었다고 해요. 그런데 무대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를 당시의 첨단 기술인 텔레비전, 위성과 접목해 비디오 아트라는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만들면서 예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1984년 첫날,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작품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위성을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되었어요.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통해 생중계된 예술 작품이었지요. 그리고 새로운 밀레니엄이 열리던 2000년 첫날, 또 한 번 백남준의 작품 ‘호랑이는 살아있다’가 세계에 생중계되었어요.

새로운 시대의 시작과 함께 새로운 예술 세계의 출현과 발전을 보여주는 것이었지요. 백남준에 의해 꽃피웠던 비디오 아트는 지금의 다양한 미디어아트로 발전해 나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1984년, 34년 만에 한국을 찾은 백남준은 한국에 대한 기억을 담고 있는 창신동의 ‘큰대문집’을 찾고 싶어 했어요. 그러나 그의 집은 남아있지 않았지요. 그래도 이곳 창신동의 집터를 찾아 유년의 기억을 담은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어요.

2004년 뉴욕에서 생애 마지막 퍼포먼스가 열리던 날, ‘뭘 가장 하고 싶은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백남준은 ‘창신동 가고 싶어’라고 대답했어요. 백남준의 73년 인생에서 창신동에 머물렀던 시간은 13년에 불과하지만, 이곳이 태어나고 몸과 마음을 길러낸 특별한 고향이었던 것 같네요.

백남준의 예술 세계와 일생을 살펴볼 수 있는 백남준 기념관은 크지 않아요. 그렇지만 도심, 마을 한쪽에서 그의 자취가 남은 공간에서 그의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다양한 전시물을 본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네요.

이렇게 종로모던길 9코스, 인생의 길을 모두 살펴보았습니다. 저의 경험이 담긴 곳이라 때때로 감정이 넘치기도 한 것 같고요, 또 제 공부가 부족해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창신동 일대를 둘러보아서 행복했습니다.

이제 저와 헤어질 시간이 되었어요. 인생의 길을 살펴보는 것은 낙산을 오르내리며 이곳 종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산길을 따라 올라갈 땐 땀도 나고 힘드셨을 겁니다. 그래도 막상 올라가서는 눈앞에 펼쳐진 도시의 다양한 풍광을 볼 수 있어서 좋으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언제 힘들었냐 싶게 다시 걸어갈 힘이 났을 거고요.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