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코스 배움의 길
세상을 바꾸는 교육과 연구의 공간, '싱크 탱크' 종로

(안내) 한국사 강사 최태성
(배역) 김학수(고종 때 문신, 성균관대사성)

어서 오시오. 조선 최고의 학교 성균관에 오신 걸 환영하오. 조선의 국립대학이라고 할 수 있소. 이곳이 바로 내가 대사성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 성균관이오.

조선에서 성균관은 단순히 학교에 그치는 것은 아니오. 유교를 바탕으로 삼은 조선은 선현을 본받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오. 그러므로 공자를 비롯하여 여러 학자를 모신 사당인 대성전이 성균관 안에 있어 성균관을 문묘라고도 부른다오. 물론 유생들의 학업 공간인 명륜당도 있소. 곧 성균관은 문묘에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향을 지내는 공간이자 나라의 인재를 키워내는 곳이오. 서양의 미션스쿨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할 것이오.

성균관 앞쪽의 대성전에는 공자를 중심으로 유교의 네 성인이신 안자, 증자, 자사, 맹자와 공자의 가장 뛰어난 제자 10명을 뜻하는 공문 10철, 송나라 6명의 유학자인 송조 6현 그리고 우리나라의 성현 18인의 위패를 모시고 있소. 지금은 봄과 가을에 석전대제라는 제사를 지내고 있소.

대성전 뒤에는 유생들이 공부하는 곳인 명륜당이 있소. 명륜당 좌우에는 기숙사라고 할 수 있는 동재와 서재가 있소. 그리고 주변에는 유생들을 위한 공간이 여럿 있소. 도서관인 존경각, 식당인 진사식당 등이 있소.

성균관처럼 대성전을 앞에 두고 명륜당을 뒤에 두는 배치는 한양의 4부 학당, 지방의 향교 등 나라에서 세운 학교는 모두 동일했소. 다만 학교가 들어설 공간이 경사가 진 곳이라면 대성전을 높이는 뜻으로 명륜당 뒤에 세우기도 했으니까, 여러 지역의 향교를 돌아볼 때 참고하면 좋을 것이오.

참고로 명륜당은 유학의 가르침을 배우고 익혀 세상의 윤리를 밝힌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오. 명륜당 앞의 거대한 은행나무는 바로 그 옛날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치셨다는 행단을 의미하는 것이니 성균관은 건물, 나무 모두 유학 그 자체를 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오.

조선의 최고 학부인 성균관에 입학하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았소. 대신 성균관 생도가 되면 많은 혜택이 주어졌소. 성균관의 생도들은 대부분 명륜당 양쪽의 동재와 서재에서 기숙 생활을 했는데 학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이 무료였소. 또 생도만을 대상으로 한 별시가 자주 치러져 벼슬길에 나아가기가 쉬웠다오. 물론 별시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평가시험인 매일 치르는 일강과 매월 치르는 월강에서 낙제점인 ‘불통’을 받아서는 안 되었소. 또 맛이 없기로 유명했던 성균관의 진사식당에서 아침, 저녁으로 밥을 먹고 서명하는 출석 점수, 곧 원점을 300점이나 찍어야 했다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는 소문이 있으니 성균관을 책임지고 있는 대사성으로서 퍽 민망한 일이오. 흠흠...

성균관 생도들은 국학의 학생이라는 자부심과 긍지 속에서 열심히 학업을 이어갔소. 일종의 자치기구인 재회를 만들어 대표인 장의를 중심으로 규율을 세우고 문제점들을 해결하기도 했다오. 때론 조정에서 옳지 않은 결정을 하면 우리 유생들은 수업을 거부하는 권당이나 동맹 휴학인 공관을 통해 우리의 존재감을 보이기도 했소.

대성전, 명륜당, 진사식당, 존경각 까지 모두 귀한 곳이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는 많은 인재가 성균관 대신 다른 곳을 찾고 있소. 성균관의 대사성으로서는 아쉬운 일이긴 하지만 그만큼 우리나라도 다양한 역량을 가진 인재를 길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오. 인재를 길러내고 또 그 인재를 가르칠 훌륭한 스승이 있다면 반드시 성균관일 필요는 없을 것이오.

학교는 시대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곳이어야 하니, 혹시라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학교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설 따름이오. 저 은행나무를 보며 시대와 맞춰 나가는 학문이 무엇인지 여러분도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소.

자, 이제 성균관을 떠날 시간이오. 나도 다른 곳의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 모습을 더 살펴야 할 것 같소. 참, 성균관을 나가기 전에 하나 더 살펴보아야 할 것이 있소. 성균관 들어오는 길에 있는 탕평비가 그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