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코스 혁명의 길
종로에서 만나는 새로운 세상을 위한 움직임, 혁명의 길 이야기

(안내) 방송인 정재환
(배역) 박승필(영화제작자, 광무대/단성사 대표)

아이고, 허허.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박승필입니다. 이번에 종로모던길 7코스 안내를 맡았습니다. 제 이름은 처음 들어보시죠? 그렇지만 이렇게 소개를 하면 아시지 않을까요? 영화 〈아리랑〉이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나운규가 감독과 주연, 그리고 제작까지 맡은 영화입니다. 그 영화를 상영한 극장, 단성사의 대표가 바로 접니다. 가끔 신문에도 제 이름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젊은 시절 ‘연극계의 경영 잘하는 박군’으로 소문이 났었기 때문입니다. 하하하.

아니, 이런 말씀을 듣고 자기 자랑이 조금 지나친 것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의 젊은 시절이 딱 그랬습니다. 하하하.
저는 어렸을 때부터 공연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통 예술 공연을 하는 단체인 ‘광무대’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사업 수완이 좀 있어서 돈을 모았습니다. 그러자 다른 것도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연극 제작에도 손을 댄 것입니다.

그런데 연극 제작을 하니 연극을 올릴 무대, 그러니까 극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단성사를 인수하게 되었는데요, 제 인생에서 아주 특별한 사건이었습니다. 연극 제작에 한창 재미를 붙이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활동사진’이 크게 각광받을 거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수소문을 해봤더니 김도산이라는 사람이 그런 것을 잘 만든다고 해서 제작비를 대고 작품을 만들어 봤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작품이 〈의리적 구투〉입니다.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연극하는 것을 활동사진으로 찍는 방식이었죠. 나중에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라고 인정해 주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역사의 한 장면의 주역이 된 것 같아서 기쁘기가 한량이 없었습니다.

그때 저는 제가 연극, 그리고 영화 제작에 첨단을 달린다고 생각했는데요, 뒤통수를 한 대 맞는 것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일본인 제작자가 우리 전통 소설인 〈춘향전〉을 영화로 만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일본 사람이 이것저것 다 한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단성사 안에 촬영부를 만들어서 〈장화홍련전〉을 제작했습니다. 다행히 큰 성공을 거둔 덕분에 그 후 우리나라 사람 중에 영화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제가 운영하는 단성사에서 나운규의 〈아리랑〉을 상영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일제의 식민지 치하에서 가슴을 끙끙 앓고 있던 많은 사람에게 위안을 줄 수 있었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아리랑〉을 만든 나운규를 후원하는 일도 시작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제가 신문에 기사 몇 개는 나올만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뭐, 조금 유명하다 보니, 영광스럽게도 종로모던길 7코스의 안내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요, 종로 바닥 어지간한 곳은 제가 안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저였지만, 막상 이번 코스의 주제를 보고는,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코스의 주제가 ‘혁명의 길’이니 말입니다.

혁명이라,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느낌입니다. 혁명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설명하라면 못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그럭저럭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세상이 더 나은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제가 잘 모르는 내용도 있지만, 여러분과 함께 공부하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혁명의 길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떠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준비가 되셨다면 종로모던길 7코스, 혁명의 길을 향해 함께 걸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