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코스 혁명의 길
종로에서 만나는 새로운 세상을 위한 움직임, 혁명의 길 이야기

(안내) 방송인 정재환
(배역) 박승필(영화제작자, 광무대/단성사 대표)

아! 단성사 앞입니다. 제 분신과도 같은 존재 앞입니다. 이곳에서 혁명의 길을 마치려니,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사실 제가 운영한 단성사를 필두로 이 일대에 극장이 더 생기면서 이곳은 우리나라 영화의 메카가 되었습니다.

원래 이곳에는 좌포도청이 있었습니다. 우포도청과 함께 한양의 치안을 담당하는 관청이었습니다. 요즘의 경찰서와 같은 곳입니다. 포도청은 근대에 이르러 경무국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경무국은 경무청, 경부, 경시청이 되었다가 국권을 빼앗기면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그 경무국이 약 10년 만에 중국 상하이에서 부활했습니다. 1919년 4월,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수립할 때 경무국이 설치되었고, 초대 경무국장이 김구 선생입니다.

포도청에서 하던 일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일은 야간통행금지 기간에 순찰하는 것, 바로 순라입니다. 조선시대 통금을 처음 시작한 것은 태종 때입니다. 그리고 세종 때에 약간의 조정을 거쳐 세조 이후 통금시간이 정해지게 됩니다.

야간통행금지는 〈경국대전〉에 야금법(夜禁法)으로 정해집니다. 이에 따라 특별한 통행증서를 가진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행이 금지됩니다. 다만 부상이나 질병, 출산 등 부득이한 상황에 한해서 순라군이나 일종의 순라 초소인 경수소에 알릴 수 있었습니다.

관리들은 공무를 집행하기 위해 야간에 다니는 경우도 있어서 별도의 통행첩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범야물금첩이라고 합니다.

조선시대 야금제는 1895년에 폐지되었습니다. 야금제의 폐지는 조선이 다른 나라에서 이뤄지는 보편성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더불어 일부 지역에 가로등이 생기며 물리적으로 야금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든 것도 작용했습니다. 야금제의 폐지는 서울 사람들이 느끼는 시대의 변화, 곧 근대의 시작이었습니다.

이 공간에서 꼭 기억해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동학의 2대 교주인 최시형 선생입니다. 최제우의 뒤를 이어 교주가 되어 동학의 조직과 사상을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관의 지목을 받고 피신을 하는 동안에도 동학의 경전과 가사집인 〈동경대전〉, 〈용담유사〉를 간행했고, 포와 접을 바탕으로 동학 조직을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세력이 커진 동학을 바탕으로 일어난 사건이 1894년, 동학농민운동, 동학혁명이었습니다.

동학혁명 이후 다시 쫓기는 몸이 된 최시형 선생은 1898년, 원주에서 관군에게 체포되었습니다. 그리고 형식적인 재판을 거쳐 1898년 6월,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당시 재판장은 이유인, 예비판사 중 한 명이 조병갑이었습니다. 맞습니다.

동학혁명의 원인을 제공한 탐관오리 고부군수 조병갑입니다. 혁명의 불길이 1년 내내 타올랐음에도 혁명은 열매를 맺지 못했던 겁니다.

혁명의 길은 멀고도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다고 혁명의 길의 마지막 일정을 이렇게 마무리할 수는 없습니다.

1926년 10월 1일에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조선을 통치할 새로운 총독부가 경복궁 자리에 들어섰습니다. 무려 15년에 이르는 설계와 공사 기간을 거쳐 완성된 거창한 건물이었습니다. 총독부 건물의 위용을 보면 기가 죽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일제는 가장 권위적인 건물을 지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누구입니까. 바로 그날 이곳 단성사에서 나운규의 〈아리랑〉을 개봉했습니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에게 독립에 대한 열망을 심어주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영혼 없는 커다란 건물을, 눈에 보이지 않는 뜨거운 마음이 이길 수 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어떠셨습니까? 저와 함께 걸은 종로모던길 7코스, 혁명의 길. 종로가 다르게 보이지 않습니까? 지금은 바쁜 일상에 쫓기는 사람들이 종종걸음을 옮기는 길이지만, 그 일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역사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