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코스 3.1운동 길
우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민주주의의 시작 3.1운동 이야기

(안내) 배우 박형준
(배역) 송계백(일본의 유학생 독립운동을 국내에 전한 대학생)

천도교 중앙대교당은 아주 유명합니다. 서울에서 꼭 보아야 하는 명소였죠. 그런데 민족종교인 천도교가 이렇게 서양식 교당을 지은 것은 조금 뜻밖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시나요?

일제는 통감부 때부터 민족종교를 핍박하려고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1906년 통감부령에 따라 신도, 불교, 크리스트교 외에는 종교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교단 활동에 제약을 두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교세가 컸던 민족종교 교단인 천도교나 대종교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이때 고민 속에서 나온 방법 가운데 하나가 교당을 새로 건축하겠다는 광고를 낸 것입니다. 천주교와 개신교의 새로운 예배 공간이 들어서며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천도교는 민족종교였지만 새로운 교당 건물을 지어 다른 종교와 같은 위치에 서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런 전략 아래 천도교는 중앙대교당 부지를 지금의 경운동 일대에 마련하고 새로운 교당 건축 준비를 하게 되는데요, 문제는 설계자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천주교나 개신교는 설계를 신부가 하거나 본국 교회를 참고해 설계했는데요, 천도교는 그러한 연결고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 근대 건축가는 막 배출되는 단계여서 천도교 중앙대교당과 같은 큰 건축을 담당할 설계자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당시 조선은행 본점, 지금의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공사에 참여한 일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를 설계자로 선정합니다.

이렇게 교당 건축 준비가 이뤄지자 천도교는 1918년, 교인을 대상으로 교당 건축을 위한 성금을 모금합니다. 공사비는 자료에 따라 조금 다른데요, 대략 22만 원에서 27만 원 정도 쓰인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2~300만 명에 이르는 교인의 수를 생각하면 전체 모금액은 훨씬 많았을 것 같은데요, 이 금액 중 상당 부분이 3.1운동 자금으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대교당 건물은 1919년 당시에는 없었지만, 3.1운동과 깊이 관련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18년 12월 시작된 공사는 3.1운동으로 잠시 중단되었다가 재개되어 1921년 2월 28일 완성되었습니다. 전체 규모는 지상 2층, 중앙탑 4층으로 이뤄졌으며 1층 212평, 전체 건평 280평의 규모입니다. 처음 설계는 400평 정도로 훨씬 큰 규모였는데 총독부에서 교당이 너무 거창한데다가 가운데 기둥이 없으니 위험하다는 이유를 들어 허가를 내주지 않아 규모를 줄인겁니다.

손병희 선생의 영결식도 여기에서 치러졌습니다. 이 건물의 건축을 주도한 분이었지만, 3.1운동으로 옥고를 치르시고, 결국 장례식을 치를 때 처음 이 건물에 발을 들인 것입니다.

천도교 중앙대교당 앞에는 독립선언서를 배포하던 곳이란 표석이 있습니다.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를 인쇄했던 보성사 사장이자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이종일 선생의 집이 있던 곳이기도 합니다.

독립선언서의 원래 문서 제목은 ‘선언서’입니다. 저는 이 제목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민족 안에서 일제에 대해 독립운동을 하자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그 방법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있는 것을 종종 보았습니다.

누구는 청원을, 누구는 선언을, 누구는 투쟁을 주장합니다. 일제를 앞에 두고 우리끼리 다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3.1운동 당시 널리 퍼진 문서가 ‘선언서’이니 우리의 독립운동은 ‘독립선언’이 됩니다. 적어도 여기에는 모두 일치하는 부분이 있죠.

다만 워낙 바쁘게 독립선언서를 인쇄하다 보니 오탈자가 있었습니다. 첫 줄을 보면 ‘조선’이 아니라 ‘선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저와 제 동료 모두 선언서를 읽으며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이라고 읽었으니 그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제 다음으로 옮겨갈 곳은 민족대표가 모였던 태화관이 있던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