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백송)

5코스 개화를 향한 길
젊은 개화파, 갑신정변의 주역

(안내) 배우 서지석
(배역) 홍영식(젊은 개화파, 갑신정변의 주역)

처음 소개할 곳은 헌법재판소 안, 백송이 있는 곳입니다. 여기 들어오니 마음이 아픕니다. 저에게 특별한 공간이기 때문이죠. 지금 헌법재판소가 널찍하게 펼쳐 있어서 제가 살던 때를 생각해 내려면 약간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흠. 저기 주차장 북쪽이 제가 살던 집이 있던 곳입니다. 그리고 저기 백송, 흰 줄기의 소나무가 있는 곳은 박규수 대감의 집이 있던 곳이지요. 또 저기 헌법재판소 건물 자리에는 외아문, 그러니까 외교 업무를 담당하던 관청이 있었습니다.

이곳에 서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제 얘기가 길어질 수도 있으니 백송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들으셔도 좋을 듯합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거창한 백송이며, 백송 뒤 윤보선 대통령 가옥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제법 운치가 있지 않습니까?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이 공간의 역사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조선은 1873년을 기점으로 외교의 방향을 크게 바꾸었습니다. 그전까지 정권을 담당한 흥선대원군은 외교에 대해 강경책을 펼쳤습니다. 병인양요, 신미양요만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신미양요 때 오경석 같은 분은 개항과 개화를 주장했습니다. 조선도 세계와 교류하며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 오경석 선생은 비록 중인 출신 역관이지만 저에게는 스승님이십니다. 오경석 선생은 역관 이상적에게 배웠는데, 이분이 바로 김정희 선생이 그린 ‘세한도’의 주인공입니다. 멀리 제주도에 귀양을 가 있던 김정희 선생에게 북경에서 구한 귀한 책을 보내주었습니다. 김정희 선생이 제자인 이상적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그려 준 것이 유명한 ‘세한도’입니다. 그러니 오경석 선생 역시 추사 김정희 선생의 학맥을 잇는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가운데 한 분인 오세창 선생은 오경석 선생의 아드님입니다.

그런데 1873년, 흥선대원군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 고종이 직접 정치에 나서며 대외 개방 정책으로 외교 노선을 바꾸었습니다. 그즈음 일본에서 통상을 요구하며 운요호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영종도 등에서 일본 군함 운요호가 불법 침범하여 공격한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조선과 일본의 전권대신이 만나 외교관계를 맺었으니, 바로 조일수호조규, 강화도 조약입니다.

시중에는 강화도조약에 대해 다소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의 압박에 굴복해 외교관계를 맺었다, 이런 내용이지요. 비록 운요호 사건으로 서로 마주 보게 되었지만, 배 한 척 때문에 굴복할 나라는 아닙니다. 병인년에, 신미년에 각각 프랑스군을 물리치고 미군과 맞서 싸웠던 나라 아닙니까?

이 조약에는 불리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우리 조정에서도 청과 서양이 맺은 외교 문서를 가지고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조약을 맺을 때, 조언을 한 분이 바로 여기 백송 옆에 살던 박규수 선생입니다.

1866년 평안감사 시절, 불법적으로 대동강을 거슬러 올라와 통상을 요구하며 조선 관료를 납치하고, 평양의 관민을 공격한 미국 상선, 제너럴 셔먼호를 불태운 분이 바로 박규수 선생입니다. 그리고 1869년, 한성판윤이 되어 이곳에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박규수 선생은 우리 조선이 나아갈 길은 개화라고 보았습니다. 마침 그 옆에는 유홍기, 오경석 같은 외국 정세에 밝은 분도 계셔서 박규수 선생 집으로 개화를 꿈꾸던 젊은이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저, 홍영식이야 바로 옆집이었고 다른 청년들도 근처에 살고 있었습니다. 김옥균, 서광범, 서재필 같은 이들이 그때 함께 모였던 사람입니다. 아, 민영익도 있었네요. 비록 외척이긴 하지만 개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죠.

그 후 일본, 미국과 외교관계를 맺게 되자 저는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일본에 가서 군사제도를 살펴보고 전하께 보고했습니다. 또 미국의 아서 대통령을 만나는 보빙사 일행으로 미국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당시 전권대신은 민영익이, 전권부대신이 저, 홍영식이었습니다. 저는 미국에 머물면서 박람회, 공장, 군대, 병원, 철도, 전기회사 등을 보았는데 모든 것이 놀라웠습니다.

마침 제가 통상과 관련된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또 외국과 교류하기 위해 우편 업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정총국 창설을 준비했습니다. 제 자랑은 아닙니다만,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우표를 준비했습니다. 5문짜리부터 100문까지 다섯 종류의 우표를 제작하도록 했습니다. 우정총국 개국 당시 두 종류의 우표가 발행되어 잠시 쓰기도 했습니다.

아시겠지만, 개화로 나아가는 길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하나는 임오군란 이후 우리나라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을 한 청국입니다. 청국은 수천 명의 군사를 보내서 우리 정부에 압력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저희 집안 분위기였습니다. 제 아버지부터 개화에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늘, 개화에 나선 저를 보며 집안을 망칠 것이라고 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맞는 말이 되었습니다.

우정총국 개국을 계기로 저와 동지들은 정변을 일으켰습니다. 세상에서는 이를 갑신정변이라고 부릅니다. 우정총국에서 반대파를 제거한 뒤, 창덕궁으로 가서 임금께 정변 사실을 고하고, 경우궁으로 옮겨 가도록 했습니다. 일본공사관에서 나온 소수의 군사가 지키기 위해서는 최대한 좁은 곳이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왕후의 요청으로 창덕궁으로 옮겨간 것이 문제였습니다. 지방에 있던 청군이 들어오며 일본군은 변변히 싸우지도 못하고 퇴각하면서 결국 정변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그때 동지들은 일본이나 다른 나라로 망명을 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변을 일으킨 뜻을 정당하게 밝히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남기로 했습니다. 사실 전하 역시 개화를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다는 것을 저에게 여러 번 밝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 뜻과 다르게 청군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그 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청군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저의 죽음을 들은 아버지는 목숨을 끊었고 부인과 아들 역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또 저희 집은 정부에서 몰수를 했습니다. 역적의 집이란 이유에서입니다. 다시 생각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일본을 믿은 것이 무엇보다 큰 실수였지만, 더 실력을 기르고 더 많은 사람에게 지지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했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참 아이러니합니다. 우정총국 행사 때 칼에 맞아 목숨을 잃을 뻔했던 이가 민영익입니다. 한때 개화에 앞장섰던 인물이었지만 정변에 반대하는 쪽으로 돌아섰던 겁니다. 그런데요, 그 민영익을 치료한 알렌을 통해 서양의학에 관심이 생긴 정부에서는 서양식 병원을 세울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 결과 생겨난 병원이 바로 광혜원, 곧 제중원입니다. 제중원이 처음 자리를 잡은 곳이 바로 제가 살던 집이었습니다. 제중원의 등장은 개화를 꿈꾸던 저에게 긍정적이었지만 하필이면 그 주인공이 민영익을 치료한 알렌이라니. 세상사 참 복잡하면서도 오묘합니다.

아, 말씀이 길어졌지만 하나만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이 공간은 개화의 상징과도 같은 곳인데요, 또 하나의 역사 사건은,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관립여학교가 있던 자리라는 겁니다. 관립 한성고등여학교인데요, 1908년에 도렴동에 설립되어 1910년 이곳으로 옮겨왔습니다.

이 학교는 이후 경기여자고등보통학교, 경기여자고등학교가 되었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갔고, 나중에 이 자리에는 신당동에 있던 창덕여자고등학교가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학교가 방이동으로 옮겨간 뒤 여기에 지금 보이는 헌법재판소가 들어선 것입니다.

자, 이제 종로모던길 5코스, 다음 장소로 가겠습니다. 헌법재판소를 나가서 북촌으로 난 큰 도로를 따라서 걸어가면 가회동주민센터가 나옵니다. 주민센터 바로 앞 골목으로 들어가면 다음 장소인 백인제 가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인도에 설치된 안내판에도 안내가 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등록기관 : 종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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