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 동상


4코스 모더니스트,문학의 길
문학의 향기를 통해 만나는 종로의 문학가 이야기

(안내) 배우 배해선
(배역) 염인영(근대문학을 공부하는 여성)

저기 서점 앞 벤치에 앉아 있는 분을 찾으셨나요? 네, 저분은 바로 지금부터 소개할 소설가, 횡보 염상섭 작가입니다. 워낙 많은 소설을 쓴 작가라 모든 작품을 읽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몇 권의 소설과 평론을 통해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상이 있는 벤치에 공간이 있으니 거기에 앉아도 좋을 것 같고요, 아니면 건너편에 쉴 공간이 있으니 거기에서 제 이야기를 들으셔도 좋을 듯합니다. 아마도 저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많은 사람이 책을 사러 서점으로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누군가가 책을 많이 사는 것을 보아도 과소비를 한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분의 가족 중 누군가는 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요.

자, 제가 준비한 염상섭 작가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염상섭 작가의 호는 횡보인데요, 옆으로, 그러니까 ‘비틀비틀 걷는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술을 많이 마실 때 걸음걸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옆으로 걸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문학가의 분위기가 호에서도 물씬 풍기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염상섭 선생의 문학 세계는 횡보라는 호와 달리 비교적 일직선을 걸어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바로 자신이 살아간 시대를 소설의 배경으로 삼은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일본 유학, 독립선언, 만주 이주, 해방 후 귀국 등이 소설의 소재로 나옵니다.

이런 이유로 근대, 혹은 현대를 대표하는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는데요, 염상섭 작가의 이러한 작품 활동 경향은 오래전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 소설을 한 편도 쓰지 않은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면에서 우리 역사, 그 가운데 현대사를 잘 담은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 1930년대, 혹은 1940년대나 1950년대의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염상섭 작가의 대표적 작품으로 〈표본실의 청개구리〉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시대의 분위기를 잘 풀어낸 작품으로는 3.1운동을 배경으로 한 〈만세전〉, 그리고 광복 이후 복잡한 양상을 보여주는 〈삼팔선〉 등이 있습니다. 만세전에서는 일본에서 귀국하는 학생이, 삼팔선에서는 만주에서 귀국하는 가족이 주인공이니, 작가의 경험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 3.1운동과 남북분단의 복잡한 상황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일본 유학 시절에는 비교적 자유로웠던 주인공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동안 일제의 감시를 느끼며 불편해 합니다. 그리고 일본 사람의 말 한마디나 태도에 억제할 수 없는 반감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3.1운동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게 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3.1운동 이후 친일과 독립운동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 생각과 행동이 다른 사람 등, 소설 속 얘기이지만 어느 시대를, 어느 사람을 쉽게 평가할 수 없다는 사실과도 부딪히게 됩니다.

〈삼팔선〉에서는 광복 이후의 복잡한 상황을 보여줍니다. 광복을 맞이해 만주에 있던 한국인 가족이 남한으로 돌아오는 내용인데요, 압록강을 넘는 것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지만, 소련과 미국이 나누어 놓은 38선을 넘는 것을 앞두고 많은 갈등을 하는 주인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38선이란 국경과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도 궁금한 일이었으니,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당대 사람의 고민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광복이 되면 모두가 기뻐해야 할 텐데,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실을 통해 안타까운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하루아침에 처지가 달라진 일본인의 모습도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횡보 염상섭 작가의 소설은 시대상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다만 그의 작품이 남성, 가부장 중심이라는 평이 있기도 하죠.

사실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잘 알 것 같은데요, 생각해보면 꼭 그런 건 아닌 듯합니다. 오히려 많은 자료가 있다면 과거에 대한 평가가 쉬울 것 같기도 하고요. 문학을 하려면 예리한 통찰력을 지녀야 한다는 것을 염상섭 작가의 소설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지금 저 벤치에 앉아 있는 염상섭 작가는 자신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오늘의 한국 사회를 관찰하며 그 특징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있지는 않을까요? 그렇다면 염상섭 작가는 2020년대 일상을 과연 어떻게 읽어낼지 궁금해지네요.
자, 이제 다음 장소로 가겠습니다. 최근 복원된 조그마한 개울이 벤치 옆으로 나 있습니다. 중학천인데요, 중학천 옆 잘 다듬은 산책로를 따라 북쪽, 경복궁 방향으로 걸어가겠습니다. 교보빌딩이 끝나는 지점에 시인 박인환의 집터를 알려주는 표석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다시 문학의 길, 이야기를 이어가지요.


@등록기관 : 종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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