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귀천(천상병 시인 활동공간)

4코스 모더니스트,문학의 길
문학의 향기를 통해 만나는 종로의 문학가 이야기

(안내) 배우 배해선
(배역) 염인영(근대문학을 공부하는 여성)

골목길 안쪽에 있는 자그마한 카페, 귀천은 천상병 시인을 기억할 수 있는 곳입니다. 카페는 시인의 아내인 목순옥 님이 운영하던 곳이지요. 귀천은 천상병 시인이 살아계실 때는 지인들이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던 곳이었습니다.

천상병 시인은 천진함으로 유명한데요, 한때 천상병 시인, 걸레 스님으로 유명한 중광 시인, 그리고 이외수 소설가가 모여 누가 가장 천진한지 자랑 아닌 자랑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그러나 천상병 시인을 정작 유명하게 만든 것은 국가 권력이었습니다. 그것도 두 번에 걸쳐서인데요, 한 번은 널리 알려진 ‘동백림사건’에 연루되면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생을 한 것입니다.

다른 한 번은 동백림사건의 후유증으로 방황하는 사이 행려병자로 오해를 받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것입니다. 이때 유명한 일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천상병 시인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동료 시인들은 천상병 시인이 돌아가셨다고 보고 ‘유고 시집’을 낸 것입니다. 다행히 시집이 나오고 나서 시인이 돌아왔으니 우리나라 문학사에서 보기 드문, 살아있는 시인의 ‘유고시집’이 나온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상병 시인을 상징하는 두 개의 낱말, ‘천진함’과 ‘유고 시집’은 모두 1967년에 있었던 동백림사건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인 스스로 이 사건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끝났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널리 알려진 것처럼 동백림사건, 곧 동베를린 사건은 중앙정보부가 만든 간첩단 조작 사건입니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유럽과 국내의 지식인 200여 명이 동베를린의 북한 대사관과 평양을 드나들면서 간첩 교육을 받으며 대남 적화활동을 했다고 발표를 했는데요, 이미 70여 명이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중심에 있던 인물은 평양을 다녀온 유학생인 이응노와 윤이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천상병 시인은 강빈구라는 서울대 상과대학 동문의 죄를 알고도 알리지 않은, 이른바 ‘불고지죄’에 대한 혐의와, 강빈구를 협박하여 수십 회에 걸쳐 5만 원을 갈취한 혐의로 잡혀간 것입니다.

곧 천상병 시인이 강빈구가 간첩임을 알고 있었는가 하는 문제가 중요한 혐의였습니다.

그런데요, 수사기관이 일찌감치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해서 재판 전에 이미 범죄자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최종심에서 간첩죄를 적용받은 피고인은 한 명도 없었고요, 다른 혐의로 복역하던 피고인들도 모두 석방되었으니,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넉넉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때 천상병 시인은 중앙정보부의 심문 과정에서 자백을 강요받으며 세 번의 전기고문을 받았고요, 이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의 형을 받고 6개월 동안 감옥에 갇혔습니다. 친구를 범인으로 만들지 않은 대신 신체와 정신이 망가져 버린 것입니다. 이가 빠지고 불임의 몸이 되었으니, 더는 시를 쓰는 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 천진한 모습의 천상병 시인이지만 동백림사건을 겪기 전 이력을 보면 전혀 다른 사람을 떠올리게 됩니다. 일본에서 태어나 광복 후 한국에 온 천상병 시인은 한국 전쟁 당시 미국 통역관으로 근무했으며, 김현옥 부산시장의 공보비서관으로 2년 동안 일을 했으니까요.

유고 시집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의 동생, 목순옥과 결혼했습니다. 천상병 시인을 존경하고 사랑했던 목순옥 님의 노력 덕분에 천상병 시인은 다시 조금씩 시를 쓸 수 있게 되었고 호기를 부릴 수도 있게 되었는데요,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막걸리를 사 마시며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시기가 보통 사람에게 널리 알려진 천진한 모습의 시인, 천상병입니다.

1993년, 힘들었던 삶을 달래준 부인 덕에 다시 시를 쓰다가 생을 마감한 천상병 시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시가 바로 1979년에 발표한 〈귀천〉일 것 같습니다.

제가 읽어 보겠습니다.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어떠신가요? 아름답기도 슬프기도 한 시인데요, 천상병 시인의 삶을 알고 이 시를 보면 먹먹한 느낌이 듭니다. 그의 삶을 귀천, 이 두 글자와 시로 정리해도 될 것 같습니다.

자, 이제 모더니스트의 길, 문학의 길 코스의 마지막 장소로 옮겨가겠습니다. 인사동 북쪽으로 난 길, 율곡로를 건너 북촌으로 가야 합니다. 서울공예박물관을 지나고 덕성여자중고등학교도 지나야 합니다. 다음 장소는 윤보선 대통령 집 근처인데요, 조선어학회가 있던 곳임을 알려주는 표석입니다.

@등록기관 : 종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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