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코스 독립과 매국의 길
배화여학교 3.1운동 만세시위 중심인물

(안내) 가수 송민경
(배역) 김경화(배화여학교 3.1운동 만세시위 중심인물)

드디어 배화여자대학교, 저의 모교입니다. 그런데 제가 다니던 때와는 많이 달라졌네요. 그땐 배화학당, 배화여학교로 불리던 작은 건물이었는데, 지금은 배화여중, 배화여고, 배화여자대학교까지 여러 학교로 나뉘어 있군요. 그렇지만 교정 한쪽에 제가 다닐 때 있던 건물도 보입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전히 한국의 여학생들을 위한 학교로 남아있다니, 무지무지 자랑스럽습니다. 참! 지금은 평일에는 학교 안으로 외부인 출입이 금지 되어있어서, 학교가 쉬는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만 내부 방문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방문 전에 꼭 요일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우리 학교를 세운 분은 조세핀 캠벨 선교사입니다. 1897년 한국에 들어와 23년 동안 조선의 여성 교육을 위해 헌신한 분이죠. 캠벨 선생님은 저희들에게 배움을 통해 더 나은 한국인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저희들은 학교에서 성경과 영어, 국어, 한문, 역사, 지리 등 다양한 지식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 저희에게 역사를 가르쳤던 남궁억 선생님은 특별한 분이셨습니다. 독립협회를 설립하고 황성신문 사장을 지내며 애국계몽운동에 앞장섰던 유명한 분이죠. 그런 남궁억 선생님께서 1910년부터 저희 학교에서 영문법, 조선의 역사 등을 가르치셨어요. 직접 지은 역사책 ‘조선이야기’를 통해 민족의 자부심과 나라를 되찾아야 한다는 민족의식을 키워주셨지요.
저희 학생들도 1919년에 만세운동을 하려고 했지만 사전 검열에 걸려 이루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가만있을 수는 없었죠. 마침 1920년 3월 1일, 3.1 만세운동으로부터 1년이 되는 날, 저는 40여 명의 학우들과 함께 학교 뒤편의 필운대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서울 시내가 다 보이는 그곳에서 힘차게 ‘대한독립만세’를 외쳤습니다. 1년 전 독립선언서를 받고도 사전에 발각되는 바람에 실패했던 만세운동을 감행한 건데요, 독립을 향한 배화 여학생의 만세 소리를 유감없이 외친 날입니다.

‘조선독립만세’, ‘대한독립만세’ 지금 생각해도 가슴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학교는, 아니 우리나라는 저희들의 이러한 노력을 기억하고 기념하고 있습니다. 배화기념관 옆에 저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특별한 조각상이 있죠. 단아한 한복을 입은 100여 년 전의 여성이 현재의 배화여고 교복을 입고 태극기를 찍어내는 여학생에게 등불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과거의 우리가 미래를 향해 나아갈 후배들에게 등불을 비춰주는 모습이라니. 정말 뭉클합니다. 아, 뒤편에 제 이름이 쓰여 있네요. ‘김경화’

서대문 형무소에서의 옥살이는 혹독했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옳은 길이었으니까요. 또 이렇게 저를, ‘우리’를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있는 대한민국이 있으니까요.

자, 그럼 만세를 외쳤던 필운대를 찾아볼까요. 배화여고 뒤편으로 돌아가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바위에 새겨진 붉은 빛 글씨 ‘필운대’가 인상적이지요. 한양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인왕산의 중턱에 자리한 이곳은요, 선조 때 대제학과 영의정을 지낸 이항복의 집이 있었던 곳입니다. ‘필운’은 이항복의 호이고요, 필운대 글씨 우측의 글은 이항복의 후손인 이유원이 1889년에 이곳을 찾아와 느낀 감상을 새긴 것입니다.

제가 학교에 다니던 때, 필운대에 오르면 서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곳에서 서울 곳곳에 다 들릴 듯 만세를 외쳤지요. 지금은 학교 건물에 가려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네요.

이제 마지막 장소 황학정으로 발길을 옮겨 보겠습니다. 학교 정문에서 사직단 방향으로 내려가다 오른쪽으로 난 사직단 담벼락 길을 따라가면 황학정으로 갈 수 있습니다.